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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발전하는 연극, 잃어버린 정체성

by FROM_MJ 2022. 7. 25.

3학년 _이가헌

 

   연극은 연기자와 관객이 현실의 장소 안에 있는 데서 출발해 현재화되는 움직임으로 현장성을 보인다. 이러한 현장성은 연극에서 다채로운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로 기능한다. 연극에서 배우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허구적 인물이라는 이중성을 보인다. 배우의 안에서 두 차원이 맞물리며 충돌이 일어나 이중적인 긴장 위에 놓이게 되며 이 때 배우는 자신의 몸으로 표현을 매개한다. 이러한 배우의 몸은 공연 예술의 본질적 특성을 강화하며 몸의 움직임을 통해 텍스트 없이 의미를 발생시킨다. 연극의 공간은 허구가 세워지는 환영의 공간이 되며, 대사는 관객들에게 전해져 관객에게 문자화된 언어를 읽는 것과는 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미디어는 배우와 관객 사이를 매개하기도 하고 무대 위 배우의 현존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앙토냉 아르토은 잔혹연극론에서 텍스트를 부정하며, 연극의 기본 전제로서 희곡의 전통적 권위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 연극을 살펴보면, 첨단 기술을 도입한 연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히라타 오리자의 일하는 나’, ‘사요나라’, ‘세 자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였다. 미셸 르미유 또한 사전에 촬영된 가상의 배우를 3D 홀로그램을 통해 무대에 나타나게 함으로써 미디어가 배우의 현존을 대신했다. 즉 실제 배우가 연극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 연극은 첨단 기술 및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한 제약과 전통적 권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극을 창조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이용한 연극이 도리어 연극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르토는 배우의 몸을 통해서 관객이 무대로부터 전달되는 에너지를 회복한다고 하였다. 배우의 현존을 미디어가 대신할 수 있지만 과연 관객이 현존하지 않는 배우를 통해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극은 대본이란 큰 틀에서 엇나가지 않고 진행되지만 연극을 진행하면서 배우는 애드립을 통해 같은 연극의 장면이라도 관객에게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거나, 다른 배우와의 합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몰입시킨다. 하지만 대본에 맞춰서만 촬영 제작된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을 보면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호작용이 아닌 일반적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된다. 오로지 연극의 내용에만 치중하고 일방적 소통을 한다면 관객은 배우의 몸을 통해 영혼의 치유가 힘들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관객과의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F 스릴러 연극 '너를 만난다' 같은 경우엔 고주파 레이저 파사스와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도입하여 배심원 역할의 관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연극의 진행을 돕도록 한다. 이처럼 관객이 직접 참여하여 연극의 진행을 돕거나 관객의 선택에 따라 연극의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디어와 결합한 연극이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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