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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김태열, 77777년 전 용사와 마왕의 재회

by FROM_MJ 2021. 11. 5.

나는 용사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77777년 전 용사다. 77777년 전, 나는 최악의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면서 죽었다. 죽었을 당시 신이 나타났다.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선물? 갑자기 무슨 선물이야.”

“너는 너무 빨리 죽었어.”

“지랄”

“받기 싫어?”

“싫다고는 안 했다. 뭔데?”

“다음 생에 태어나고 싶은 대로 태어나게 해줄게.”

“선물 꼬라지가 왜 이따구야?”

“싫으면 말고.”

“아니아니. 흠... 어떤 거든 다 돼?”

“ㅇㅇ”

“이번 생이랑 똑같은 신체 조건과 기억을 가지고 태어날래.”

“잘 살아봐라.”

이렇게 된 거다. 내가 7살이 될 무렵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완전 어린애잖아. 잠깐 지금 몇 년도지? 가만 보자. 99999년이라고? 22222년에 죽었으니까 77777년이 지났잖아. 신... 개새끼.’

신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언제 태어난다고 말 안 했다.’

‘씨발. 마왕도 없고 세상도 평화로우니까 내 꼴리는 대로 살아야겠다. 전생에 못한 거 다 하면서 살고 지옥 가야겠다.’
전생의 나를 숭배하는 종교가 있는 것을 보고 뿌듯해했다.
난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워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돈을 뜯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순찰을 돌러 오던 경찰들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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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왕이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77777년 전 마왕이다. 77777년 전, 나는 최강의 용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몰락했다. 죽임을 당했을 당시 신이 나타났다.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조까.”

“어허 신이 주는 선물을 거부하면 안 돼요.”

“들어나 보자. 뭔데?”

“너 원래 지옥 가야 하는데, 내가 너 좋아해. 내가 기회를 줄게. 다음 생에 착하게 살면 지옥 안 가게 해줄게.”

“나쁘진 않은데... 거절하면 어떡하냐?”

“거절하면 신의 심판(divine judgement)를 받게 될 거야. 선택해.”

‘엄청난 힘이다. 선물이 아니라 강요잖아.’

“좋다. 대신 나의 현재 신체 능력도 그대로 가지고 태어나게 해줘라.”

엄청난 힘을 받고 기억이 없다. 기억이 돌아 왔을 때는 인간 어린 아이의 몸이었다. 나를 죽인 새끼를 모시는 종교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경찰이 되었다. 경찰이 되고 빌런이 있다던 뒷골목을 순찰을 돌던 중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순간 느껴졌다.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저 앞에 앉아있는 내 또래 남자인 것 같군.'

'아무 짓도 안 하는 거 같으니 그냥 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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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경찰에게서 마왕의 아우라가 느껴지는군. 선빵을 친다.'

칼을 부여잡았다.

'하나'

'둘'

'셋'

'이걸 막았다고?'

"마왕."

"용사라고 부르기도 아깝구나. 가만히 있는 경찰을 칼로 찌르려고 해?"

"용사... 참 오랜만에 듣는군. 넌 이 자리에서 죽어야겠다."

"누가 할 소리!"

일반인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합이 오고 간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하여 생사가 오고 간다는 것을 두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둘 다 인간으로서의 체력적 한계에 도달했고, 이 한 방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것을 둘 다 직감했다.

"간다."

"와라."

"팅"

칼이 튕겨져 나가고 피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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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생의 복수를 하고 뒷골목 빌런을 무찔렀다. 느껴진다. 신이 숙제를 마쳤다고 말하는 느낌을.'

많은 사람들은 이제 뒷골목을 마음 편안하게 지나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죽였지만 정당방위가 인정되었다. 이제는 마음 편안하게 살아 가보자.

* 이 글은 김태열 학생의 허락을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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